
사천 여행 스냅은 해 뜨고 한 시간, 그리고 해 지기 전 한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빛이 낮게 들어오는 시간이라 얼굴에 그림자가 지지 않고, 배경의 색이 진해집니다. 여행지에서 사진이 잘 나온 날은 대개 이 두 시간을 지킨 날입니다. 그 두 시간을 위해 하루 일정을 조금 비워 두시길 권합니다.
아침의 빛은 차갑고 맑습니다. 해가 막 올라왔을 때는 공기에 물기가 남아 있어서 먼 산까지 또렷하게 보입니다. 이 시간에는 사람이 적어서, 같은 장소라도 사진이 한적해집니다. 다만 해가 막 떴을 때는 빛이 빠르게 변하므로, 좋은 자리를 미리 정해 두고 가시면 좋습니다. 여행 첫날 아침에 한 장을 남기면 그 여행의 표지가 됩니다. 아침은 사람도 적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덜 급합니다.


한낮의 빛은 강합니다. 머리 위에서 내리쬐기 때문에 눈 밑과 코 밑에 그늘이 생기고, 사진이 딱딱해집니다. 이 시간에는 그늘로 들어가거나, 나무 아래나 처마 밑처럼 빛이 걸러지는 자리를 찾는 편이 좋습니다. 그늘이 없는 들판이라면 모자로 눈을 가려 주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편해집니다. 그늘이 완전히 어둡지 않게, 밝은 쪽을 배경으로 두고 찍으면 얼굴이 살아납니다.
해 지기 전 한 시간은 사진에서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 빛이 낮고 따뜻해서 피부가 부드럽게 나오고, 하늘에 색이 생깁니다. 여행 사진 한 장을 고르라면, 이 한 시간에 찍은 컷을 고르게 됩니다. 해가 지기 직전 십오 분은 하늘 색이 가장 진하고, 그 뒤로는 파란 시간이 이어집니다.

장소는 빛의 방향으로 고릅니다. 해가 지는 쪽을 등지고 서면 얼굴이 밝아지고, 해를 정면으로 두면 실루엣이 됩니다. 들판에서는 해를 등지고, 바다에서는 해를 옆에 두는 편이 사진이 좋습니다. 같은 자리에서도 방향만 바꾸면 사진이 달라집니다. 얼굴이 어두우면 반 발짝 옆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해결되기도 합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순서를 조금 바꿉니다. 아이가 지치기 전에 단체 컷을 먼저 찍고, 그다음 어른 컷으로 넘어갑니다. 아이는 걷는 장면에서 표정이 가장 좋아집니다. 서 있으라고 하면 금세 지루해하지만, 앞서 걸어가게 하면 계속 웃습니다.
들판은 사람이 작게 나오는 구도가 잘 맞습니다. 넓게 찍으면 하늘과 들판의 비율이 사진의 인상을 정합니다. 하늘을 삼분의 일, 땅을 삼분의 이로 두면 안정되고, 반대로 하늘을 넓게 두면 사진이 열립니다. 들판에서는 발끝을 살짝 남겨 두면 사람이 땅에 서 있다는 것이 사진에 남습니다.

바다에서는 수평선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발밑의 모래나 물가를 아래쪽에 조금 남기면 사진에 자리가 생깁니다. 물이 잔잔한 날에는 반사광이 얼굴 아래에서 올라와, 스튜디오의 반사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물가에서는 신발을 벗고 서면 사진이 한결 편해집니다. 모래에 발이 닿으면 자세가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옷은 배경과 부딪히지 않는 색으로 고릅니다. 들판에서는 흰색과 아이보리가, 바다에서는 하늘색과 흰색이 잘 어울립니다. 반대로 배경과 같은 색을 입으면 사진에서 사람이 묻힙니다. 한 사람만 진한 색을 입으면 사진의 중심이 생깁니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 옷에 색을 하나 넣으면 사진이 밝아집니다.

걷는 장면은 서 있는 장면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세 걸음만 걸어도 사진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앞을 보고 걸으면 표정이 편해집니다. 발이 조금 어긋나도 괜찮습니다. 그 어긋남이 오히려 사람처럼 보입니다.

해가 진 뒤에도 사진은 남습니다. 도시의 불빛이 켜지면 거리 사진이 좋아지고, 사람의 얼굴은 불빛을 받아 따뜻하게 나옵니다. 이때는 카메라를 든 사람이 조금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흔들림이 그날의 공기를 남기기도 합니다. 밤 사진은 한 장만 남겨도 충분합니다. 그 한 장이 그날의 끝을 기억하게 합니다.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사진은 대개 밤에 찍은 한 장입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카메라를 가까이 두시길 권합니다. 그 길에 좋은 사진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비물은 가볍게 챙기시면 됩니다. 보조배터리와 얇은 겉옷, 물수건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겉옷은 해가 진 뒤에 필요하고, 물수건은 땀과 모래를 닦는 데 씁니다. 모자는 빛을 가려 주지만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 수 있어서, 벗고 찍는 컷도 함께 남기시길 권합니다.

여행 사진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많이 찍는 것입니다. 한 장소에서 서른 장을 찍으면 고르는 데 지칩니다. 게다가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은 다 비슷해서, 고르는 시간만 길어집니다. 대신 빛이 좋은 시간에 서너 장씩,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만 찍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스튜디오에서도 같은 원리로 찍습니다. 의령점은 1,000평 잔디 마당이 있어서 해가 기울 때 마당에 긴 그림자가 생기고, 봉황대와 일붕사 쪽 산이 배경으로 들어옵니다. 600평 스튜디오 안에서도 창가의 빛을 이용하면 야외와 비슷한 사진이 나옵니다.
사천에서 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일정을 빛에 맞춰 보시길 권합니다. 숙소를 정할 때도 창의 방향을 보시면 아침 빛을 사진으로 담기 좋습니다. 아침 한 시간은 마을과 들판에, 낮에는 실내나 그늘에, 해 지기 전 한 시간은 바다와 언덕에 두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짜 두면 하루에 세 번 좋은 사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을 고를 때는 하루에 한 장씩만 남기시길 권합니다. 아침 한 장, 노을 한 장, 밤 한 장. 세 장이면 그 여행의 하루가 정리되고, 앨범을 넘길 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많이 찍은 사진은 대개 다시 보지 않습니다.

여행 사진은 장소보다 시간이 먼저입니다. 같은 자리에서도 빛이 달라지면 다른 사진이 됩니다. 그래서 여행지에 도착하면 명소부터 찾기보다 해가 어디로 지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그 습관이 사진을 바꿉니다. 해가 지는 쪽을 알면, 하루의 순서를 거기 맞춰 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