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야외스냅은 계절이 배경이 되어 주는 촬영입니다. 스튜디오 안에서 조명으로 만드는 빛과 달리, 야외에서는 해가 조금씩 각도를 바꾸고 바람이 옷자락을 건드립니다. 그 모든 것을 사람이 붙잡아 둘 수는 없지만, 그래서 야외 사진에는 그날의 공기가 함께 남습니다.
김작가가 전시회에 걸었던 가을 사진들을 한자리에 펼쳐 보면, 시작은 늘 비슷합니다.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입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점 같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을 오래 해 온 사람은 그 표정을 먼저 보지 않습니다. 그날의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를 먼저 봅니다.

계절은 배경이 아니라 함께 찍는 사람입니다. 같은 들판이라도 억새가 흔들리는 날과 코스모스가 하늘까지 올라온 날은 전혀 다른 사진이 됩니다. 그래서 야외 촬영은 장소를 정하는 일보다 날짜를 고르는 일이 먼저입니다.

억새 언덕에 서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잠깐 말을 잃습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언덕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고, 그 기울기를 따라 사진의 결이 달라집니다. 이때는 구도를 미리 정해 두기보다 빛이 좋은 쪽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편이 좋습니다. 서 있는 사람은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긴장을 풉니다. 처음 몇 장은 어색해도, 바람이 두세 번 지나가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은 걷는 사람에게 편한 동선을 만들어 줍니다. 서 있으라고 하면 어색해지던 사람도 한 걸음 걸으라고 하면 표정이 풀립니다. 야외 촬영에서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이기도 하고, 처음 사진을 앞에 둔 사람에게 가장 편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걸음이 빨라지면 천천히, 느려지면 조금 앞에서 기다리면 됩니다.

옷은 야외에서 더 중요해집니다. 배경이 꽃과 나무라서 옷 색이 배경에 묻히기 쉽습니다. 흰색이나 아이보리처럼 밝은 색은 들판에서 사람을 살려 주고, 짙은 색은 노을 앞에서 단단해 보입니다. 신발은 실제로 걸어야 하니 편한 것을 권합니다. 이 부분은 촬영 전에 미리 상담으로 정해 두면 당일에 고민할 일이 줄어듭니다.
물가에 이르면 빛이 한 번 더 바뀝니다. 연못이 하늘을 받아 들고, 그 반사광이 사람 얼굴 아래에서 올라옵니다. 스튜디오에서 반사판을 세워 만드는 빛을, 야외에서는 물이 대신해 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물가 사진은 얼굴이 부드럽게 남습니다. 바람이 없는 날이면 물이 더 고요해져서, 하늘과 사람이 한 화면에 나란히 담기기도 합니다.

해가 낮게 내려오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와 두 사람이 실루엣이 되는 순간, 사진은 설명을 잃고 분위기만 남습니다. 이 한 장을 위해 그날의 일정을 조금 앞당겨 두기도 합니다. 기다린 사람만이 만나는 장면입니다.

숲으로 들어가면 빛이 잎 사이로 잘게 부서집니다. 얼굴에 닿는 빛의 양이 계속 달라지니, 같은 자리에서 여러 장을 찍어 두고 그중 빛이 가장 좋은 한 장을 고릅니다. 웃음은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억지로 웃으라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걷다가 잠깐 앉는 자리도 사진이 됩니다. 좋은 야외 사진은 서 있는 자세보다 쉬는 자세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담에 걸터앉고, 계단에 기대고, 풀밭에 쪼그려 앉는 동안 사람의 어깨에서 힘이 빠집니다. 그 힘 빠진 어깨가 사진에서는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아이가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앉아 있으면 촬영은 거의 필요 없어집니다. 하던 일을 그대로 두고 옆에서 기다리면, 손끝과 어깨와 고개 숙인 각도가 한 장에 담깁니다. 야외 촬영이 편한 이유는 이런 장면을 억지로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에게 사진을 찍자고 말하지 않아도 사진이 남습니다.

은행나무 길은 가을이 가장 짧게 머무는 곳입니다. 노랗게 물든 길을 한 사람이 걸어가면, 사진은 사람보다 시간을 찍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길은 걸어 들어가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두 자리에서 다르게 나옵니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그날의 빛이 정해 줍니다. 길의 끝에서 뒤돌아보는 한 장은 덤으로 남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온 날은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처음에는 나란히 서서 한 장, 그다음에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보다가 웃는 한 장. 단체 사진에서 제일 좋은 컷은 대개 "하나 둘 셋" 다음에 나옵니다. 다 같이 웃고 나서 어깨를 내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연사를 켜 두기도 합니다.

코스모스 길에 앉으면 꽃이 사람보다 조금 높아집니다. 앉은 사람을 꽃이 감싸는 구도가 되고, 이때는 렌즈를 조금 낮추면 훨씬 편안한 사진이 됩니다. 꽃을 꺾지 않아도,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갈대밭은 사진이 흐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곳입니다. 앞쪽 갈대가 흐리게 걸리고 사람이 그 사이로 보이면, 사진에는 깊이가 생깁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갈대가 먼저 움직여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사진이 살아납니다.
마지막은 다시 물가입니다. 해가 지기 직전,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서면 사진은 조용해집니다. 그 조용함이 그날의 끝을 알려 줍니다. 이 한 장을 찍고 나면 다들 말없이 웃으면서 차로 돌아갑니다.

야외 촬영은 날씨를 기다려야 하는 촬영입니다. 대신 빛이 좋은 날을 만나면 스튜디오에서는 만들 수 없는 장면이 남습니다. 창원점에서는 야외 촬영 상담을 함께 도와드리고, 의령에는 넓은 야외 촬영장이 있어 계절에 맞춰 걷다가 찍는 사진도 가능합니다. 마산과 김해, 진주에서 오시는 분들도 일정을 맞춰 안내드립니다.

사진을 남기는 일은 그날을 붙잡아 두는 일입니다. 계절이 지나가도 사진 속 빛은 그대로라서, 몇 해 뒤에 펼쳐 보면 그날의 공기부터 떠오릅니다. 올해의 가을도 그렇게 남겨 두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잘 찍으려고 애쓰는 날보다, 그날을 그냥 함께 걸은 날에 더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