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 우정사진에서 수트를 입으면 다들 조금 조용해집니다. 몸을 세우는 옷이라 그런지 웃음도 조금 천천히 나오고,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도 한 톤 낮아집니다. 평소에 가장 시끄럽던 사람이 먼저 조용해지는 것도 이 옷의 성질입니다.

친구들끼리 오시면 처음엔 대개 장난으로 시작합니다. 수트가 어색해서 서로의 어깨를 툭 치고, 넥타이를 매 주겠다고 나서고, 누구 재킷이 더 크다고 한바탕 웃습니다. 그 소란 끝에 한 사람씩 옷을 입습니다. 이 시간이 이 촬영에서 제일 시끄러운 구간입니다. 조용해지는 건 옷을 다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입니다.
옷을 고르는 자리는 좁습니다. 검정 재킷에 흰 셔츠, 크림색 원피스까지 나란히 걸어 두고 사이즈를 맞춥니다. 색이 몇 가지 되지 않아서 고르는 시간은 짧습니다. 대신 서로에게 어울리는 것을 권하는 시간이 깁니다. 재킷 어깨가 조금 남으면 그 사람이 낫다고 말해 주는 식입니다. 그 말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첫 장은 늘 어색합니다. 나란히 서면 팔이 어디로 갈지 몰라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합니다. 그래서 먼저 서 있는 것만으로 한 장을 찍습니다. 이 한 장이 있어야 다음 장에서 어깨가 풀립니다. 어색한 사진을 남겨 두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그 한 장이 있어야 뒤의 웃음이 진짜처럼 보입니다.
수트는 몸을 세우는 옷입니다. 어깨선이 살아나면 턱이 들리고, 턱이 들리면 눈이 정면을 봅니다. 그래서 수트를 입은 사진은 표정이 다릅니다. 웃는 얼굴이 아니라 제대로 서 있는 얼굴이 남습니다. 평소 사진에서 고개를 숙이던 분도 이 옷을 입으면 시선이 올라옵니다.

재킷 단추를 잠그고 나면 말투가 달라집니다.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 조금 예의 있게 바뀌고, 장난도 한 박자 늦게 나옵니다. 그 몇 분이 사진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그래서 이 컷은 웃기보다 서 있게 찍습니다. 웃음은 다음 컷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는 참는 편이 좋습니다.
앉는 컷에서는 다리가 사진의 절반입니다. 바 스툴에 걸터앉아 한쪽 다리를 세우면 선이 생기고, 그 선이 화면을 정리합니다. 앉을 때는 재킷 자락을 뒤로 젖혀야 허리선이 남습니다. 그 한 동작을 먼저 알려드리고, 앉는 자리는 가운데 사람을 조금 높게 잡습니다. 그러면 화면이 계단처럼 정리됩니다.

창가로 옮기면 빛이 달라집니다. 아치 창을 등지고 서면 등 뒤로 빛이 퍼져서 윤곽이 부드러워집니다. 같은 옷, 같은 자세인데 배경만 바꿔도 사진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 세션에서 배경을 세 번쯤 바꿉니다. 창가와 흰 벽, 나무 바닥을 돌아가며 찍으면 고르실 때 선택이 넓어집니다.
검정은 여럿이 입을수록 다르게 보입니다. 한 사람이 입으면 단정하고, 여럿이 입으면 무리가 됩니다. 그래서 수트 단체 컷은 간격이 중요합니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서면 한 덩어리로 보이고, 조금 벌어지면 각자의 선이 살아납니다. 그 간격을 맞추는 데 몇 분을 쓰면 사진이 달라집니다.

크림색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한 명 있으면 화면이 숨을 쉽니다. 검정만 있으면 사진이 무거워지는데, 한 사람의 밝은 색이 그 무게를 덜어 줍니다. 그래서 옷을 고를 때 색을 한 가지로 맞추기보다 한 사람만 다르게 두는 편을 권합니다. 가운데에 그 사람을 세우면 화면이 저절로 정리됩니다. 색이 하나 섞이는 것만으로 사진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뒤에서 찍는 컷도 있습니다. 아치 앞에 나란히 서서 뒤통수와 어깨선만 남기는 사진입니다. 얼굴이 없는데도 누가 누군지 알 것 같아서 이 컷을 고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뒷모습은 그날의 긴장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누가 누구에게 기대 있는지가 다 보입니다.
소품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수트는 손에 무엇을 들면 오히려 어색해집니다. 대신 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거나, 옆 사람 어깨에 얹거나, 팔짱을 끼는 정도로 끝냅니다. 손이 편하면 표정도 편해집니다. 그 정도가 손을 가장 자연스럽게 만드는 선입니다. 소품을 하나 쓰더라도 마지막 컷에만 씁니다. 앞의 단정한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중간에 옷을 한 번 풉니다. 재킷을 벗고 셔츠만 입은 컷을 찍습니다. 그때부터 웃음이 터집니다. 단추를 푸는 동작, 소매를 걷는 동작, 재킷을 어깨에 걸치는 동작이 다 사진이 됩니다. 단정한 컷과 풀린 컷을 한 앨범에 나란히 두면 그날의 앞뒤가 남습니다. 재킷을 벗어 든 채로 서로를 보는 컷은 앨범의 중간 장에 두기 좋습니다.
우정사진에서 제일 좋은 컷은 옷이 아니라 사이에서 나옵니다. 같은 옷을 입고 서로를 보는 순간, 그 사이의 거리가 사진에 남습니다. 수트는 그 거리를 조금 예의 있게 만들어 줄 뿐입니다. 그래서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진은 남습니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진해에서 오시면 창원점이 가깝고, 의령점도 같은 방식으로 찍습니다. 사시는 곳에서 가까운 쪽으로 잡으시면 됩니다. 촬영은 옷을 갈아입는 시간까지 넣어 두 시간 안팎이고, 사진을 함께 보는 시간까지 하면 세 시간이 됩니다. 인원이 많으면 옷을 고르는 시간이 길어지니 예약할 때 미리 알려 주세요.
옷은 예약할 때 사이즈를 알려 주시면 미리 준비합니다. 신발은 굽이 낮은 것으로 오시면 서 있는 시간이 편하고, 구두는 신고 벗기 쉬운 것으로 챙기시면 좋습니다. 액자에는 모두가 함께 나온 컷을, 앨범에는 풀린 컷을 고르시면 구성이 좋습니다. 사진을 고를 때는 옷보다 눈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수트를 벗고 나면 다들 원래 목소리로 돌아옵니다. 그 목소리까지 사진에 남기고 싶어서 마지막에는 꼭 장난스러운 한 장을 찍습니다. 진해 우정사진은 그렇게 단정함과 웃음을 한 앨범에 담습니다. 단정한 사진은 보여 주는 사진이고, 풀린 사진은 함께 보는 사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