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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담는 일 — 김작가의 사진 이야기

전시회김작가2026. 10. 29. 15:57 NEW조회 16 · 좋아요 1

봄 벚꽃길과 튤립 — 김스튜디오
봄 벚꽃길과 튤립 — 김스튜디오

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계절이 바뀌는 속도가 사람보다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 피는 날, 물이 차오르는 날, 들이 노랗게 물드는 날, 눈이 처음 내리는 날. 그날을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니, 카메라를 들고 자주 같은 자리로 돌아갑니다.

벚꽃은 피는 날도, 지는 날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맘때는 아침마다 하늘을 봅니다. 바람이 세면 꽃잎이 빨리 날리고, 비가 오면 하루 만에 끝납니다. 그 짧음을 알기에 벚꽃 사진은 늘 조금 서두르는 마음으로 찍습니다.

벚꽃 아래 봄 인물사진 — 김스튜디오
벚꽃 아래 봄 인물사진 — 김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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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벚꽃 아래에 서는 사람들을 찍습니다. 꽃은 며칠이면 지고, 그 며칠 사이에 사람들의 표정도 함께 바뀝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의식하던 얼굴이, 꽃잎이 날리기 시작하면 조금씩 풀립니다. 저는 그 풀리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봄날 정류장의 두 사람 — 김스튜디오
봄날 정류장의 두 사람 — 김스튜디오

꽃을 배경으로 세울 때는 뒤쪽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벚꽃이라도 담장이 있으면 차분해지고, 하늘이 트이면 밝아집니다. 배경을 고르는 일이 인물을 고르는 일보다 오래 걸릴 때도 있습니다.

여름 들판을 걷는 두 사람 — 김스튜디오
여름 들판을 걷는 두 사람 — 김스튜디오

튤립이 피는 자리도 좋아합니다. 색이 강해서 인물이 묻히기 쉬운데, 빨강과 분홍 사이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을 담으면 사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됩니다. 꽃을 배경으로 세우기보다, 꽃 사이를 지나가게 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여름이 되면 빛이 달라집니다. 계곡의 물은 초록으로 보이고, 나무 그늘에서는 빛이 점처럼 떨어집니다. 이 계절에는 그늘을 찾아 걷는 것만으로 사진이 됩니다. 물소리가 크면 사람들은 말을 줄이고, 그 조용함이 표정에 남습니다.

여름 계곡의 두 사람 — 김스튜디오
여름 계곡의 두 사람 — 김스튜디오

계곡에서는 발을 담그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물이 차가워서 처음에는 웃다가, 몇 분 지나면 조용해집니다. 그 조용한 얼굴을 찍으면 여름 사진이 됩니다. 물빛이 얼굴에 반사되어 아래에서 빛이 올라오는 것도 이 계절만의 일입니다.

계곡 물빛과 바위 — 김스튜디오
계곡 물빛과 바위 — 김스튜디오

빛을 읽는 일은 계절을 읽는 일과 비슷합니다. 같은 자리에서도 봄의 빛은 얇고, 여름의 빛은 두껍습니다. 여름에는 한낮을 피해 오후 늦게, 해가 기울 무렵을 고릅니다. 그때의 빛은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고, 얼굴에 온기만 남깁니다.

가을은 짧습니다. 억새가 하얗게 흔들리는 들판에 서면 바람 소리가 사진에 남는 것 같습니다. 해가 낮게 걸리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길어져서, 걷는 사람의 실루엣이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이 계절에 찍은 사진은 색이 많지 않은데도 오래 봅니다.

가을 노을 든 들판 — 김스튜디오
가을 노을 든 들판 — 김스튜디오

겨울에는 카메라를 쥔 손이 시립니다. 그래도 눈이 온 다음 날 아침은 나가 봐야 합니다. 눈 위에 남은 발자국, 얼음이 된 물가, 하얗게 덮인 산. 사람이 적은 계절이라 사진이 더 조용해집니다. 겨울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가을에는 걷는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들길을 걸어가는 뒷모습, 손을 잡고 걷는 두 사람, 억새 사이로 사라지는 실루엣. 서 있는 사진보다 걷는 사진이 이 계절에 어울립니다. 바람이 있어서 옷과 풀이 함께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가을 들풀 사이 인물 — 김스튜디오
가을 들풀 사이 인물 — 김스튜디오

사진을 찍는 일은 결국 기다리는 일입니다. 꽃이 필 때까지, 물이 빠질 때까지, 눈이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가 사진의 표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촬영 전에 많이 웃고 많이 묻습니다.

가을 코스모스 길 — 김스튜디오
가을 코스모스 길 — 김스튜디오

좋은 사진은 특별한 장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마당, 같은 창가, 같은 들길에서도 그날의 빛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됩니다. 그래서 이 동네를 오래 다닙니다. 계절마다 같은 자리를 다시 찾으면, 그 자리가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겨울 사진은 노출을 조금 낮춰 찍습니다. 눈은 밝아서 그대로 두면 하얗게 날아가고, 조금 어둡게 담아야 눈송이의 모양이 남습니다. 이 미세한 차이를 알게 되면 겨울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겨울 설산 — 김스튜디오
겨울 설산 — 김스튜디오

봄에 찍은 사진과 겨울에 찍은 사진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같은 나무인데 잎이 다르고, 같은 길인데 빛이 다릅니다. 사진을 모아 두면 한 해가 이렇게 남습니다. 사진첩 한 권이 계절 네 권이 되는 셈입니다.

오늘 이 글에 담은 사진은 전시회에 걸었던 것들입니다. 큰 화면으로 보면 작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잎맥, 물의 결, 눈송이가 앉은 자리 같은 것들. 인화해서 보는 즐거움이 따로 있는 이유입니다.

눈 내린 숲의 인물 — 김스튜디오
눈 내린 숲의 인물 — 김스튜디오

전시회를 준비할 때는 사진을 계절별로 늘어놓습니다. 봄에서 겨울로 흐르게 걸면 벽 하나가 한 해가 됩니다. 관람하시는 분들이 어느 계절 사진 앞에서 오래 서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대개는 자기 계절 앞에 섭니다.

겨울 바다와 얼음 — 김스튜디오
겨울 바다와 얼음 — 김스튜디오

사진은 찍는 사람의 하루를 남기지만, 보는 사람의 계절도 남깁니다. 같은 사진을 봄에 보는 것과 겨울에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시회를 열고, 사진을 벽에 걸어 두는 일을 좋아합니다.

올해도 사계절을 다 담았습니다. 다음 계절에는 또 다른 빛이 올 것이고, 그 빛을 기다리는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좋은 준비입니다. 창원가족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들과 그 계절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스튜디오#창원사진관#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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