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령 여행사진을 찍으러 온 친구들이 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하루가 시작됩니다. 카메라를 든 사람과 옷을 고르는 사람, 벌써 웃고 있는 사람이 섞여 있는 그 첫 장면이 이 촬영의 절반입니다.

의령사진관은 600평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를 갖춘 곳입니다. 이 크기의 스튜디오는 도시에서도 좀처럼 만날 수 없고, 여기에 1,000평의 야외촬영장이 이어집니다. 실내에서 찍다가 마당으로 나가고, 마당에서 다시 마루로 돌아오는 동선이 짧아서 하루에 여러 장면을 담을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조명이 켜지면 다들 한 번씩 어색해합니다. 검은 배경 앞에 서면 왜인지 손이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되니까요. 그때 조명을 낮추고 한 장 먼저 찍어 보여 줍니다. 화면 속 얼굴을 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다들 먼저 서려고 합니다.

노란 티셔츠를 맞춰 입은 날이었습니다. 옷이 같으면 표정이 편해집니다. 서로의 옷깃을 만지고, 키를 맞추고, 누가 앞에 서야 하는지 웃으면서 정합니다. 그 몇 초를 지나면 사진은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옷을 고르는 시간도 사진의 일부입니다. 옷장 앞에 서서 서로에게 어울리는지 물어보고, 같은 색으로 맞춰 보자고 정하는 사이에 그 팀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저는 그 대화를 들으면서 배경과 순서를 정합니다.
사진은 찍히는 시간보다 찍기 전의 시간이 더 오래 남습니다. 옷을 고르고, 커피를 나눠 들고, 서로의 머리를 만져 주는 그 자잘한 시간이 결국 그날의 사진을 만듭니다.

촬영이 반쯤 진행되면 커피를 한 번 마십니다. 종이컵을 들고 마루에 걸터앉아 이야기하는 동안, 긴장이 풀립니다. 저는 이 시간에 다음 컷의 순서를 정합니다. 어떤 표정을 남길지보다, 어떤 대화를 이어 갈지가 먼저입니다.

의령에는 사진관 밖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다들 머리를 누르고 웃었고, 그 웃는 얼굴이 그날 제일 좋은 컷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온 하루가 어느새 여행이 되어 있었습니다.
촬영 사이에 김작가펜션 마당을 쓰는 날도 있습니다.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과일을 먹다가, 누가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 사진이 됩니다. 펜션과 스튜디오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이런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합니다.

점심은 시골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반찬을 나눠 먹고, 누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다들 숟가락을 내려놓고 모였습니다. 그 모습이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보다 오래 남습니다.

오후에는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던 두 사람이, 이내 서로를 찍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잔디밭은 푹신해서 눕기에 좋고, 해가 기울면 빛이 길게 누워 있습니다. 그 빛 속에서 찍은 사진은 필름처럼 남습니다.
필름 카메라로 한 롤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디지털처럼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다들 조금 긴장하는데, 그 긴장이 표정을 진지하게 만듭니다. 필름은 현상해 봐야 아는 사진이라 결과를 받는 날이 한 번 더 생깁니다.

야외로 나가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실내에서는 조금 조심스럽던 사람들이 잔디 위에서, 언덕 위에서, 꽃밭에서 훨씬 편하게 웃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관은 촬영의 절반을 바깥에서 합니다.

언덕에 올라가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일곱 명이 나란히 섰을 때, 저는 조금 멀리서 찍었습니다. 얼굴은 작아지지만 그날의 하루가 한 장에 다 들어옵니다. 이런 사진은 나중에 크게 인화해서 걸기 좋습니다.
유채꽃이 한창이던 날도 있었습니다. 노란 꽃밭에 서면 옷 색이 다 비슷해지는데, 오히려 그래서 얼굴이 살아납니다. 꽃 사이로 걸어 나오는 장면을 연사로 찍으면, 발끝과 치맛자락까지 사진에 남습니다.

해가 기울면 빛의 색이 바뀝니다. 낮의 흰 빛이 노랗게 물들고, 그림자가 길어집니다. 이때 찍은 사진은 보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따뜻합니다. 하루 중 이 시간을 위해 촬영 순서를 잡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강가로 내려가면 물소리가 커집니다.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서 서로를 찍어 주는 시간이 이 코스의 마무리입니다. 해가 지기 전 십 분이 제일 좋은 빛을 줍니다.
봄에는 벚꽃길이 있습니다. 꽃이 흩날리는 날에는 다들 말을 잃습니다. 그 침묵이 사진에서는 가장 좋은 표정이 됩니다. 벚꽃은 해마다 피는 날이 달라서, 그날 만난 꽃은 그날의 운입니다.

촬영이 끝나면 다들 지쳐 있으면서도 사진을 먼저 보자고 합니다. 모니터 앞에 모여 어깨를 겹치고, 자기 얼굴을 찾아 웃습니다. 그 장면을 저는 마지막에 한 장 더 찍습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사진은 언제나 따뜻합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봐도, 제일 좋은 컷은 준비하지 않은 순간들이었습니다. 커피를 들고 웃던 얼굴, 레일바이크에서 머리를 누르던 손,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던 옆모습. 그 순간들은 다시 만들 수 없어서 더 소중합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다들 사진을 다시 봅니다. 그중 몇 장은 이미 단체방에 올라가 있고, 몇 장은 각자의 배경화면이 됩니다. 사진이 한 사람의 하루를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일을 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진을 남깁니다. 의령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들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하루를 오래 지켜본 사람입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다른 계절에,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