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우정사진 촬영에서 생일 가랜드를 다는 이유는 축하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이 특별했다는 사실을 사진 안에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창원과 의령에서 파티복을 맞춰 입고 오는 다섯은 대개 생일과 상관없는 날을 골라 옵니다. 그래도 벽에 가랜드를 걸고 나면 그날은 조금 다른 날이 됩니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섯의 반응이 먼저 갈립니다. 벽에 걸린 금색 가랜드를 보고 "이거 생일이에요?" 하고 웃는 사람, 옷걸이에 나란히 걸린 빨간 드레스를 하나씩 세어보는 사람, 거울 앞에 먼저 가서 머리를 매만지는 사람. 저는 그 갈라지는 몇 초를 좋아합니다. 사진은 그다음부터 시작되니까요. 준비된 표정보다 준비되지 않은 표정이 오래 남는 법입니다.
빨간 드레스는 입는 순간부터 다섯을 한 팀으로 만듭니다. 색이 같으면 서로의 옷을 살필 이유가 줄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얼굴로 모입니다. 드레스마다 어깨선과 치맛자락이 달라서, 같은 빨강인데도 다섯의 실루엣은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옷을 고르는 시간에 잠깐 웃고 나면, 그 뒤로는 준비가 아니라 촬영입니다.

옷을 다 입고 벽 앞에 서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어깨를 만지고, 발끝으로 치맛자락을 밀고, 누가 가운데에 서야 하는지 눈치를 봅니다. 첫 장은 늘 어색합니다. 그 어색함을 지우려고 저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 번 크게 웃습니다. 그러면 그제야 다섯이 같이 웃습니다. 카메라를 든 채로 기다리면 그 어색함이 사진에 그대로 남습니다.

첫 단체 컷은 손을 앞에 모으고 서는 자세로 시작합니다. 팔이 몸에 붙으면 어깨선이 정돈되고, 다섯의 키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가장 단정한 사진은 대개 가장 긴장한 순간에 나옵니다. 나중에 이 컷을 보면 다들 "이때 표정이 왜 이러냐"면서 웃지만, 그 사진은 오래 남습니다.
두 번째 컷에서 주먹을 쥐고 만세를 하면 분위기가 한 번 올라갑니다. 손이 머리 위로 가면 팔이 만들어내는 선이 생기고, 화면이 갑자기 밝아집니다. 같은 자리, 같은 옷인데도 손의 위치 하나로 사진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 한 장을 위해 다섯이 손을 맞춰 올리는 연습을 두 번쯤 합니다. 손끝의 높이가 어긋나면 그 한 장이 흐트러지기 때문입니다.

빨간 드레스는 빛을 많이 반사합니다. 그래서 조명을 조금 낮추고 창가 빛을 섞습니다. 조명만 세게 쓰면 드레스가 한 덩어리로 뭉치고, 창가 빛을 섞으면 원단의 결이 살아납니다. 다섯이 서로 다른 재질의 드레스를 입고 왔을 때, 그 차이가 사진에서 구분되는지가 저에게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파티 모자를 나눠줄 때가 되면 다들 한 번 웃습니다. 고무줄이 머리에 눌리는 느낌이 우스워서, 서로 모자가 기울었다고 알려주고 바로잡아 줍니다. 이때부터 대화가 끊기지 않습니다. 모자는 사진을 위한 소품이지만, 사실은 어색함을 벗겨주는 도구입니다.
가랜드 아래로 다섯이 모이면 서로의 간격이 눈에 띄게 좁아집니다. 처음 설 때는 팔 하나만큼씩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몇 장 지나면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워집니다. 그 간격이 좁아지는 속도가 그 팀이 얼마나 오래된 사이인지를 말해줍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사진이 먼저 알아채는 부분입니다.

케이크를 가운데로 가져오면 초는 없습니다. 생일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케이크 앞에 서면 다들 표정이 조금 풀립니다. 손을 모으고, 케이크를 든 사람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옆 사람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이 이쯤에서 놀이가 됩니다. 준비해 오신 케이크가 있으면 이 자리에서 같이 씁니다.

색종이를 준비할 때는 늘 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진짜 뿌려도 돼요?" 뿌리고 나면 정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번은 뿌려야 합니다. 색종이는 한 번만 던질 수 있고, 그 한 번이 이 세션에서 제일 좋은 사진이 됩니다.

던지는 순간 다섯의 손이 다 같이 올라갑니다. 어떤 사람은 입을 벌리고 웃고,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어떤 사람은 옆 사람을 보다가 카메라를 늦게 봅니다. 그 제각각의 반응이 한 장에 겹치는 것은 이 몇 초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만 연사로 찍습니다.
색종이가 어깨와 머리에 내려앉은 뒤에도 다섯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습니다. 웃음이 조금 늦게 터지고, 누군가 자기 머리에 붙은 색종이를 떼어 옆 사람에게 붙여줍니다. 그 작은 장난이 끝나면 다섯은 다시 카메라를 봅니다. 그 장면은 준비한 포즈가 아니라서, 나중에 제일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컷이 됩니다.

마지막은 바닥입니다. 드레스를 부채처럼 펼쳐 앉으면 화면 아래쪽이 넓어지고, 다섯이 한 덩어리로 보입니다. 스카이라이트 창에서 떨어지는 빛이 드레스의 주름을 따라 흐르면, 아까까지 요란하던 색종이와는 다른 차분한 사진이 나옵니다. 이 컷을 마지막에 두는 이유는, 하루를 정리하는 사진이 필요해서입니다.

옷을 벗기 전에 다들 색종이를 한 움큼씩 주머니에 넣어갑니다. 우정사진 한 번 찍자고 시간을 낸 사람들이, 마지막에는 소품 하나를 기념품으로 챙기는 셈입니다. 창원과 의령 두 지점 어디서 찍어도 이 순서는 같습니다. 배경만 바뀌고, 다섯이 웃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창가에서 찍은 마지막 컷은 대개 처음 컷과 표정이 다릅니다. 같은 사람인데 훨씬 편해 보입니다.
진주나 사천에서 오시는 분들은 이동 시간을 넣어 예약을 잡으시면 좋습니다. 촬영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오고 가는 시간까지 넣으면 반나절이 됩니다. 드레스는 스튜디오에 준비되어 있어서 손으로 들고 오실 것은 없습니다. 편한 신발만 챙기시면 됩니다.

우정사진을 미루는 이유는 대개 "다들 바쁘니까"입니다. 그런데 다섯의 시간이 한 번에 맞는 날은 생각보다 오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일이 아닌 날에 가랜드를 답니다. 특별한 날을 기다리는 대신, 만나기로 한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